서른 살, 미래를 위한 직업으로 독서지도사를 선택하다
강남남지부 김가영 독서지도사
잡지 교열기자로 일하던 시절, 마음 한 편에는 늘 불안함이 자리했습니다. 일은 적성에 맞았지만, 사양산업이라 계약직으로만 뽑는 직종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박봉이어서 미래를 꿈꿀 수도 없었지요. 다른 도약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답답한 제 마음을 간파한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논술 쪽 일도 잘할 것 같은데 한번 해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한우리 독서지도사입니다. 인강만 보면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주는 업체는 수두룩했지만, 한우리는 과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주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엇보다 한우리 독서지도사 취득 시 교사로 활동할 수 있는 연계 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장 시작할 것도 아닌데, 자격증부터 따고 고민하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수강을 시작했지요. 독서지도사 강의는 동영상 강의 80% 이상, 과제 4편 제출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과제를 제출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도 첨삭 피드백이 있어 시험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퇴근 후 강의를 듣는 게 무척 피곤했는데, 다행히도 독서지도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독서지도사 일을 시작하게 될 거란 생각은 못 했습니다. 하게 되더라도 훗날 결혼해서 육아를 어느 정도 한 후가 될 거라고 예측했지요. 그러나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 후에도 잡지사를 거쳐 출판사에서까지 일을 해 왔습니다. 그만큼 저는 늘 읽을거리와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책을 만드는 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전혀 행복하지 않고, 괴롭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책과 관련된 꿈만 꿔 왔기에 다른 어떤 일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 시기를 기회로 독서지도사가 되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겁도 많이 났습니다. 독립했지만 의지할 배우자도 없고, 안정된 수입이 끊기면 당장 쓸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제 나이 서른 살, 또래의 독서지도사가 많지 않았습니다. 6개월 동안 독서지도사로 자리 잡지 못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회사가 행복하지 않은 건 확실했지만, 빠르게 자리 잡지 못하면 하루라도 빨리 다시 취업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강남남지부에서 독서지도사로 첫발을 떼고 지부장님께서 내주신 숙제는 SWOT 분석이었습니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에 살고 있다는 것과 한우리 브랜드 인지도가 기회였고, 문학석사라는 학력과 SNS 활용능력이 강점이었습니다. 반면 강남에는 논술 업체가 많다는 것이 위협으로 느껴졌고, 육아 경력자인 선생님들과는 달리 육아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습니다. 위협요소는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약점은 한우리 선생님으로 활동하면 매주 하게 되는 스터디를 통해 줄여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약점은 있기 마련이니 강점을 어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강남으로 이사한 지 반년도 안 되었고, 미혼인 저는 내 아이나 아는 엄마의 아이부터 수업을 시작하는 자녀 찬스(?), 지인 찬스(?) 조차 쓸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롯이 지부장님의 소개를 기다려야 했지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소개가 들어와 상담 날짜를 잡아 놓았는데,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한창 심하던 때라 상담이 연기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소개받은 회원은 결국 만나지도 못하였고, 두 번째로 소개받은 회원이 가까스로 회원이 되어 첫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독서지도사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우리 독서지도사로 전향한 2020년 2월, 제 회원 수는 1명이었고 이 수입으로는 생계유지가 곤란했습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독서지도사로 계속 활동할지 판단하는 시기를 6개월로 정했습니다. 6개월 안에 안정적인 수입이 되지 않으면 다시 회사로 돌아갈 마음이었습니다.
그동안 경력이 단절된 적도 없었고, 독서지도사가 내 길이 아니라면 빠르게 회사로 돌아가는 편이 재취업에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후회가 남지 않기를 바라면서 개인 홍보에도 열을 올렸습니다. 지부 수업 상담도 뚝 끊길 정도였고, 그래도 저는 쉬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제 강점인 ‘SNS 활용능력’을 바탕으로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수업 후기를 올리고 당근마켓의 ‘과외/클래스’ 카테고리에도 회원 모집 글을 올렸습니다.
SNS 채널의 장점은 모두 무료로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블로그와 당근마켓을 통해 수업이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셀프 홍보보다 더욱 효과가 높았던 것은 어머님이 맘카페에 올려 주시는 정성 어린 글들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회원 수가 안정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독서지도사 활동 6개월 차에 회원 수가 20명이 되자 독서지도사로 쭉 일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을 무렵 회원 수 30명을 달성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회사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현재 6세에서 13세까지의 수업을 맡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학년을 가려 받을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학년별로 다른 수업을 준비하는 게 버거워서 눈물도 몇 번 쥐어짰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수업을 준비한 게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6~13세까지의 수업을 매달 준비하다 보니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의 교육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육아 경험이 없는 만큼 간접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강점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학교 수업까지 욕심을 내 봐야겠습니다. 눈물은 좀 더 흘릴지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