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 선택한 독서지도사, 어느덧 자란 딸은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합니다
부산남구지부 백승이 독서지도사
병원의 방치와 초보 엄마의 무지로 두 살 때 청각장애아가 된 딸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특수교육기관을 전전긍긍하며 딸과 함께 특수교육을 받았습니다. 딸이 5살 때부터 일반 유치원에서 통합 교육을 받고,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되자, 대부분 청각장애아들에게는 난코스로 알려진 토론 수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몇몇 학원에서 거절했고, 결국 '내가 직접 가르치지 뭐!' 하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중에 있는 독서논술업체를 비교한 후, 한우리 독서논술 커리큘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한우리 독서지도사 교육과정을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부전공으로 수강했고 딸과 함께 특수 교육을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에 교사로서 새 인생을 출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교육과정을 모두 수료하고 나니, 한우리 교사의 역할이 단순한 글쓰기를 지도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쌓을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교사로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교사 활동을 미루려 했는데, 교사 활동을 하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는 부산남구 지부장님의 격려에 용기를 얻고, 그 동안 제 딸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아왔던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팀을 짜고 한우리 독서지도사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 둔 이후,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다가 내 이름으로 된 독서지도사 명함을 받았을 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내 이름과 내 삶을 되찾은 야릇한 설렘도 있었습니다. 독서지도사로서의 길을 선택한 동기가 딸을 위한 것이었기에 딸의 장래에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논술지도사 자격을 취득하고 방송통신대학 국문과에 편입하여 지난 몇 해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며 보냈습니다. '나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프로다.' 라는 말을 되내며 보낸 시간들이 제 삶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9년이라는 짧지 않는 시간을 보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우리 수업을 받은 아이들의 생활 태도가 변하고, 글쓰기 혹은 토론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학교 성적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어머님들의 입소문 덕에 대기하는 학생도 생겼습니다. 심지어 차량을 이용해 왕복 1시간 거리에 이사를 간 아이들이 몇 년째 학원을 바꾸지 않고 저와 수업을 계속 이어갈 때, 한우리 수업 이후에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높아져서 역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볼 때는 더 큰 책임감과 더불어 보람을 느낍니다. 9년째 같이 수업하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는 행복은 독서지도사가 아니었다면 얻기 힘든 팁일 것입니다.
얼마 전 어느덧 대학생이 된 딸아이에게서 "나는 엄마가 정말 존경스러워.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 학생들 가르치는 모습,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엄마로서 교사로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수업을 시작해서 이제는 대학생이 된 아이들까지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모든 아이들이 소중하고 특별했지만, 유난히 애착이 가는 아이들은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책을 읽고도 내용 파악을 못하는 아이들, 다른 사람과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학습적인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자긍심을 키울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작 전에 양 손을 꼭 잡고 오늘 수업에서 아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선생님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이야기 한 후에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수업 중에도 아이들의 발표나 글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팀 구성원들이 서로의 장점을 재발견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학교에서 교우관계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생각이 있다면 행동으로 옮기세요. 행동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겁니다.
노력만큼의 대가와 지식을 나누는 기쁨, 교사로서 자부심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도전하는 친구들을 얻는 든든함. 당신의 행동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